네이버파이낸셜과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결국 한 배를 타기로 했다. 이 합병은 단순히 대형 M&A 한 건이 아니라, 한국 디지털 금융 지형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검색·커머스·콘텐츠를 장악한 플랫폼과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이번 딜이 어떤 구조인지, 한국 투자자와 이용자에게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차분히 짚어본다.
15조 vs 5조, 구조상 ‘역합병’에 가까운 빅딜
이번 합병의 큰 틀은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지분 100%를 사들이는 포괄적 주식교환이다. 두 회사의 기업가치는 두나무 약 15조 1천억 원, 네이버파이낸셜 약 4조 9천억 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두나무 주주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신주 2.54주를 받는 구조다.
흥미로운 점은 ‘누가 누구를 먹는가’다. 지분 구조를 보면 두나무 주요 주주인 송치형 회장과 경영진이 통합 법인의 약 30% 안팎을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반면 네이버파이낸셜의 모회사인 네이버의 지분은 기존 70% 수준에서 20% 안팎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인수하지만, 지배력은 두나무 쪽이 커지는 역합병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네이버가 두나무 경영진으로부터 의결권 위임을 받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어, 회계·공정거래 측면에서는 여전히 네이버가 실질적 지배력을 유지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왜 지금, 왜 두나무인가
타이밍은 분명하다. 빅테크와 금융·가상자산의 결합이 전 세계적으로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미 연간 결제액 80조 원, 사용자 3천4백만 명 수준의 간편결제 1위 사업자다. 여기에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를 가진 두나무의 블록체인·디지털 자산 역량이 더해지면, 사실상 ‘원화 결제–투자–가상자산’이 하나의 슈퍼앱 안에서 도는 구조가 완성된다.
한겨레는 이를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 네이버파이낸셜이 20조 원 규모의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으로 해석한다. 네이버 역시 합병 발표와 함께 5년간 AI·블록체인에 1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글로벌 핀테크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시장만 보면 이미 간편결제와 메신저 기반 송금은 포화 상태다. 성장의 다음 단계는 자산 관리·투자·웹3 서비스로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규제 리스크가 크지만 이미 매출과 이익이 검증된 두나무는 네이버 입장에서 ‘비싸지만 빠른 길’에 가깝다.
규제와 리스크, 가장 큰 장애물
물론 장밋빛 그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변수는 규제다. 간편결제 1위 사업자와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사업자의 결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금융당국의 가상자산·전자금융 규제 검토를 동시에 받아야 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STO) 등 새로운 상품은 아직 제도 틀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제도 설계를 둘러싸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의 갈등으로 ‘디지털자산 기본법’ 2단계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합병 이후 네이버-두나무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나 온·오프라인 통합 결제 수단을 내놓으려면, 이 규제 불확실성을 뚫어야 한다.
두 번째 리스크는 가상자산 시장 자체의 변동성이다. 2021년 고점 기준 두나무 기업가치가 20조 원을 넘었다가, 이후 시장 냉각과 함께 빠르게 조정된 경험이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두나무의 기술·플랫폼에 베팅하면서도, 단기 시장 사이클에 따른 손익 변동을 감내해야 한다.
이용자와 투자자에게 생길 변화들
그렇다면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는 무엇이 달라질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네이버페이–업비트–웹3 서비스’ 간의 연결 고리다. 예를 들어 네이버 계정 하나로 실물 결제, 투자, 디지털 자산 지갑까지 연동되는 그림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미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 스테이블코인 지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이는 두나무와의 합병 후 전국 단위 확장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합병 이후 네이버파이낸셜의 상장 가능성도 중요한 포인트다. 인베스트조선 보도에 따르면 두나무 주주들은 합병 후 일정 기간 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의 향후 IPO를 감안하면 잔류하는 쪽이 더 유리하다는 시각도 많다. 상장이 현실화되면, 국내 증시에 사실상 ‘K-핀테크+가상자산 인덱스’ 같은 대형 종목이 하나 추가되는 셈이다.
다만, 모든 서비스가 한 플랫폼에 묶이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 보안 사고, 이해상충 문제에 대한 감시도 더 중요해진다. 가상자산 거래와 실물 결제·대출이 한 계정에서 연결되는 구조는 편리하지만, 한 번 사고가 나면 그 파장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
국내 디지털 금융,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까
이번 합병이 최종 성사되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문 형태의 ‘빅테크+가상자산’ 통합 핀테크 플랫폼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분명 기회다. 규제 안에서 실험할 수 있는 샌드박스처럼, 한국형 디지털 금융 모델을 만들어 해외로 수출할 여지도 생긴다.
하지만 그만큼 실패했을 때의 비용도 크다. 합병 이후 통합 전략이 모호해지거나, 규제·정책 방향성과 엇박자가 날 경우 “빅딜만 요란했다”는 평가를 받을 위험도 있다. 이미 네이버는 성장 정체, 수익성 논란 속에서 ‘노잼 기업’ 이미지가 강해졌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번 선택이 그런 평가를 뒤집고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써줄지, 아니면 또 하나의 복잡한 지배구조 퍼즐을 남길지는 앞으로 1~2년 간의 실행력이 결정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합병을 한국 디지털 금융이 “규제 안에서 혁신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고 본다. 이용자와 투자자가 체감할 수 있는 편익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안전하게 보여 주느냐가 결국 승부를 가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