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이 다시 요동치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가 약 2년 만에 최고기술책임자(CTO) 체제를 부활시키며 기술 조직을 재정비했습니다. 단순한 직책 부활이 아니라, 차세대 패널 연구와 생산설비 전략을 한 축으로 엮는 구조 개편이라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전체에도 적지 않은 시그널을 던지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CTO를 다시 세운 이유
국내 조직 개편 관련 보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CTO 조직을 신설하고 약 2년간 비어 있던 최고기술책임자 자리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CTO에는 디스플레이연구소를 이끌어온 이창희 부사장이 내정됐고, CTO 산하에 디스플레이연구소와 AX연구소를 함께 두는 구조로 재편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연구’와 ‘설비·공정’을 한 사람, 한 조직 아래에 묶었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도 기술조직은 있었지만, 연구개발과 생산기술이 분리돼 있을 때는 중장기 기술 로드맵과 단기 수익성 사이에서 충돌이 나기 쉬웠습니다. 이제 CTO가 두 영역을 동시에 보고 판단하게 되면서, 투자 우선순위와 장비 도입·라인 전환 속도를 더 빠르게 조정할 수 있는 구조가 된 셈입니다.
필자 관점에서 이번 조치는 “CTO 직함을 다시 만든 것”보다 기술 의사결정의 중심을 한 곳으로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새로운 디스플레이 수요가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열리는 시기에 속도를 맞추기 위한 ‘컨트롤타워’ 성격이 강합니다.
디스플레이연구소·AX연구소 통합의 의미
이뉴스투데이는 이번 개편을 두고, 디스플레이연구소가 차세대 패널 기술과 미래 먹거리를 담당하고, AX연구소는 생산설비와 공정 효율을 고도화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설명합니다. 두 조직은 CTO 아래에서 하나의 축으로 엮여 ‘기술개발 컨트롤타워’를 이루게 됩니다.
- 디스플레이연구소: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용 OLED는 물론, IT 모니터, 차량용 패널, XR 기기용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제품군의 핵심 기술을 연구
- AX연구소: 생산라인 자동화, 공정 최적화, 장비 효율화 등을 통해 실제 양산 단계에서 수율과 원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
과거에는 새로운 패널 기술을 개발해도, 양산 라인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수율이 안 나온다”, “설비 변경 비용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속도가 늦어지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개발과 생산이 따로 움직이면 “기술은 좋은데 돈이 안 된다”는 평가를 받고 중간에 접히기도 했죠.
이번 구조는 R&D 단계에서부터 설비와 수율, 원가까지 함께 설계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맞추면서도, 실제로 공장에서 돌아가는 모델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같이 고민하겠다는 셈입니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과 일자리·지역 경제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요 생산기지는 충남 아산·탕정과 수원 일대에 집중되어 있고, 이 주변에는 패널 장비·소재·부품 협력사들이 빽빽하게 포진해 있습니다. CTO 체제가 공격적인 투자와 라인 전환으로 이어질 경우, 협력사 매출과 설비 투자가 함께 늘어나면서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투자가 보수적으로 흘러가면 산업 전반의 속도도 느려질 수 있죠.
산업통상자원부와 관계 부처가 발표한 10월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입 동향 자료를 보면, 2025년 10월 ICT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2% 증가한 233억3천만 달러로 역대 10월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전체 ICT 수출은 늘었지만 세부 품목에서는 디스플레이 수출이 전년 대비 8.8% 감소했다는 대목입니다.
- 반도체는 두 자릿수 성장으로 수출을 끌어올렸고
- 디스플레이와 휴대폰은 여전히 조정을 받는 구간에 있는 셈입니다.
이 숫자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정체된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만 하는 단계”를 넘어서, 새로운 제품군과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 CTO 체제 부활은 바로 이 지점에서, 향후 3~5년을 내다본 기술·투자 전략을 다시 짜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글로벌 경쟁 구도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선택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 BOE·TCL CSOT는 대형·중소형 OLED 라인 투자를 이어가며 패널 단가를 agressive하게 낮추고 있고, 국내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IT용 OLED와 차량용 패널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전자신문은 삼성디스플레이가 CTO 신설과 함께 차세대 IT용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차량용 패널 등을 미래 성장 축으로 삼고 기술·사업화를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합니다. 관련 기사에서는 CTO가 이들 신사업의 중장기 로드맵과 투자 우선순위를 직접 조정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필자 입장에서 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번에 택한 방향은 두 가지를 동시에 노리는 선택입니다.
- 프리미엄 시장 방어
-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 등에서 이미 확보한 OLED 기술력과 고객 기반을 지키면서
- 고부가가치 IT용·XR용·차량용 패널에서 기술 격차를 벌리는 전략
- 설비·공정 효율 극대화
- AX연구소를 통해 라인 전환 속도, 자동화 수준, 수율 관리 능력을 끌어올려
- 장기적으로는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프리미엄 포지션을 놓치지 않는 구조 만들기
결국 CTO 체제의 성패는 “새로운 디스플레이 수요가 본격적으로 폭발하기 전에, 얼마나 빠르게 기술과 라인을 준비해 두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당장 내년 실적도 중요하지만, XR·차량·고해상도 IT 디스플레이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3~5년 뒤를 보고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앞으로 지켜볼 포인트와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향후 몇 년 동안 독자가 체크해볼 만한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CTO 직속 투자·라인 전환 결정
- 어떤 공장·라인에 어떤 패널을 우선 배치하는지, 설비 증설·전환 뉴스가 어떻게 나오는지
- IT·차량·XR용 패널 로드맵
- 노트북·태블릿용 OLED, XR 기기용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자동차 계기판·센터 디스플레이 관련 신제품 발표
- 협력사·지역경제 파급 효과
- 아산·탕정·수원 일대 장비·소재 업체들의 설비 투자와 고용 흐름
- 글로벌 경쟁사 대응
- BOE·TCL CSOT·LG디스플레이 등이 어떤 세대·규격의 라인을 증설하는지, 프리미엄 vs 보급형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택하는지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 삼성디스플레이는 약 2년 만에 CTO 체제를 부활시키고, 디스플레이연구소와 AX연구소를 CTO 산하로 통합했다.
- 연구개발과 생산설비를 한 축으로 묶어, 차세대 패널 기술과 공정·수율 전략을 동시에 조율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 한국 ICT 수출은 10월 기준 역대 최대 10월 실적을 기록했지만, 디스플레이 수출은 전년 대비 감소해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 CTO 체제는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시장 방어와 IT·XR·차량용 신시장 공략을 동시에 노리는 장기 전략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은 단순히 “한 회사의 조직 개편 뉴스”로 끝낼 것이 아니라,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전체의 방향 전환 신호로 읽어볼 시점입니다. 앞으로 나올 투자·라인·제품 발표를 함께 따라가다 보면, 한국 디스플레이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