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Tech Info손목이 시큰거려 파스 붙이다가 ‘버티컬 마우스’로 바꾸고 생긴 놀라운 변화

손목이 시큰거려 파스 붙이다가 ‘버티컬 마우스’로 바꾸고 생긴 놀라운 변화

by ethgar
밝고 깔끔한 책상 위, 회색 펠트 매트 위에서 사용자가 오른손으로 'Logi' 로고가 있는 회색 버티컬 마우스를 쥐고 있는 클로즈업 사진. 왼쪽에는 검은색 분리형 인체공학 키보드가 놓여 있으며, 배경의 모니터에는 코딩 화면이 보여 개발자나 IT 전문가의 인체공학적 작업 환경을 보여준다.

직장인 5년 차, 어느 날부터인가 퇴근할 때마다 오른쪽 손목이 욱신거리고 시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오늘 일을 너무 많이 했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손목 안쪽에서 찌릿한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급기야 잘 때도 손목이 저려서 깰 정도가 되었습니다.

정형외과에 가니 의사 선생님이 ‘손목 터널 증후군(수근관 증후군) 초기 증상’이라고 하더군요. “손목 신경이 눌리고 있으니 최대한 마우스 사용을 줄이세요.”라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하루 8시간 엑셀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사무직에게 마우스를 쓰지 말라니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동안 “저렇게 괴상하게 생긴 걸 어떻게 써?”라며 비웃었던 ‘버티컬 마우스(Vertical Mouse)’를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주변 동료들에게 “제발 손목 나가기 전에 이거 쓰세요”라고 전도하고 다닙니다. 이 글은 단순한 제품 리뷰가 아닌, 고장 난 손목을 되살리기 위한 저의 처절한 ‘적응기’이자 ‘생존 기록’입니다.

1. 왜 멀쩡하던 내 손목은 아팠을까? (인체공학적 원리)

버티컬 마우스를 쓰기 전에, 도대체 왜 일반 마우스가 손목을 망가뜨리는지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전완의 회내(Pronation) 현상

지금 책상 위에 팔을 편안하게 툭 올려보세요. 손바닥이 어디를 보고 있나요? 책상 바닥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몸 쪽을 향해 옆으로 서 있을 겁니다. (마치 누군가와 악수를 하려는 자세처럼요). 이것이 우리 뼈와 근육이 가장 편안해하는 ‘중립 자세’입니다.

그런데 일반 납작한 마우스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손목을 안쪽으로 90도 비틀어서 강제로 손바닥이 바닥을 보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팔뚝에 있는 두 개의 뼈(요골과 척골)가 X자로 꼬이게 됩니다. 이 꼬인 상태가 하루 8시간씩 지속되니 신경(정중신경)이 눌리고, 근육이 긴장해서 염증이 생기는 것입니다.

버티컬 마우스의 해결책

버티컬 마우스는 마우스 자체가 옆으로 세워져 있습니다. 즉, 손목을 비틀지 않고 ‘악수하는 자세 그대로’ 마우스를 쥐게 해 줍니다. 뼈가 꼬이지 않으니 신경 눌림이 해소되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원리입니다.

2. 첫 일주일 : “이거 갖다 버릴까?” (지옥의 적응기)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처음 배송 온 마우스를 잡았을 때의 느낌은 “와 편하다!”가 아니라 “불편해서 미치겠다”였습니다.

내가 클릭을 하는 건지, 마우스를 미는 건지

일반 마우스는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힘(중력 방향)으로 클릭합니다. 하지만 버티컬 마우스는 옆에서 옆으로 누르는 힘으로 클릭해야 합니다. 익숙지 않다 보니 클릭할 때마다 마우스 커서가 미세하게 옆으로 밀리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엑셀 셀 하나를 정확히 선택해야 하는데 자꾸 옆 칸을 클릭하거나, 드래그하다가 놓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업무 속도가 절반으로 뚝 떨어졌죠.

쓰지 않던 근육의 반란

손목 힘이 아니라 팔 전체, 혹은 어깨 힘으로 마우스를 움직여야 했습니다. 처음 3일 동안은 오히려 평소 안 아프던 어깨 죽지나 팔뚝 바깥쪽 근육이 뻐근했습니다. 안 쓰던 근육들이 놀랐기 때문입니다.

적응 꿀팁

처음엔 마우스 감도(DPI)를 평소보다 ‘낮게’ 설정하세요. 커서가 느리게 움직여야 정확도가 높아져서 답답함이 덜합니다. 딱 ‘일주일(7일)’만 참고 써보세요. 거짓말처럼 8일 차부터 손이 적응합니다.

3. 적응 후 찾아온 평화 : “파스가 필요 없다”

꾹 참고 한 달을 썼을 때, 문득 깨달았습니다. “어? 나 요즘 퇴근하고 손목 주무르는 걸 안 하네?” 퇴근 후 집에 오면 욱신거리는 손목을 털거나 온찜질을 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그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 팔뚝 긴장 완화: 손목뿐만 아니라 어깨와 목으로 이어지는 뻣뻣한 긴장감이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 지구력 상승: 예전엔 1시간만 연속으로 작업해도 손목이 뜨거워졌는데, 지금은 야근을 하거나 긴 보고서를 써도 손목에 열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때 확신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주변기기가 아니라,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생존 템’이자 ‘가장 저렴한 건강 보험’이라는 것을요.

4. 구매 전 필수 체크 : 나에게 맞는 각도는?

버티컬 마우스라고 다 똑같지 않습니다. ‘각도’가 생명입니다.

  1. 입문자용 (57도 ~ 60도): 로지텍 리프트(Lift)나 MX Vertical 같은 대중적인 모델들이 채택하는 각도입니다. 완전히 수직은 아니고 약간 비스듬해서, 일반 마우스에서 넘어올 때 적응하기가 가장 쉽습니다. 처음 써보는 90%의 사용자에게 추천합니다.
  2. 중급자/환자용 (90도 완전 수직): 정말 땅바닥과 수직으로 서 있는 형태입니다. 손목 비틀림은 완전히 ‘0’에 가깝게 해소되지만, 클릭할 때 마우스가 흔들려서 적응 난이도가 극악입니다. 이미 통증이 너무 심한 분들만 도전하세요.

5. 하지만 ‘이런 분’은 절대 사지 마세요 (치명적 단점)

찬양만 늘어놓았지만, 버티컬 마우스가 만능은 아닙니다. 저도 지금 서랍 속에 일반 게이밍 마우스 하나를 넣어두고 있습니다.

게임(FPS, RTS)을 즐기는 분

배틀그라운드나 오버워치, 롤(LoL) 같은 게임은 0.1초의 반응 속도와 픽셀 단위의 정밀한 컨트롤이 생명입니다. 버티컬 마우스로 게임을 하다가 팀원들에게 욕먹기 딱 좋습니다. 구조상 빠른 좌우 무빙이 어렵고 클릭 반응속도도 느립니다. 게임할 땐 그냥 일반 마우스 쓰세요.

손이 작은 분 (특히 여성분들)

대부분의 버티컬 마우스는 서양인 남성 손 크기에 맞춰져 있어서 꽤 큽니다. 손이 작은 분들이 일반 사이즈를 사면, 클릭 버튼에 손가락이 닿지 않거나 그립이 너무 커서 오히려 엄지 손가락 통증(건초염)이 올 수 있습니다. 반드시 ‘미니’ 사이즈나 ‘Asian Fit(아시안 핏)’으로 나온 제품을 구매하셔야 합니다.

결론 : 병원비보다 싸다

3만 원에서 비싸면 10만 원. 마우스 치고는 비싸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손목이 망가져서 도수치료를 받거나 병원에 다니는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이건 가장 저렴한 투자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손목을 돌리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마우스부터 바꿔보세요. 당신의 손목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고통받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저렴한 2~3만 원짜리 제품도 효과가 있나요? 네, 충분합니다. 인체공학적 효과는 ‘각도’에서 오는 것이지 가격에서 오는 게 아닙니다. 입문용으로는 2~3만 원대(제닉스, 앵키하우스 등) 제품으로 적응해 보시고, 나중에 무선 연결성이나 마감이 좋은 로지텍 같은 고가 라인으로 넘어가셔도 늦지 않습니다.

Q2. 적응하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3일’은 아주 불편하고 ‘7일’ 정도 지나면 익숙해집니다. 처음 3일 동안은 어깨나 팔뚝 근육이 뻐근할 수 있는데, 이는 안 쓰던 근육이 활성화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Q3. 포토샵이나 캐드(CAD) 작업용으로도 괜찮나요? 섬세한 작업에는 호불호가 갈립니다. 드래그 앤 드롭을 많이 해야 하거나 픽셀 단위로 누끼를 따야 한다면, 일반 마우스보다 정밀도가 떨어져 답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분들은 ‘타블렛’과 병행해서 쓰거나, 웹 서핑 같은 단순 작업 때만 버티컬 마우스를 쓰는 식으로 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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