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이미 ‘모두가 가진 디바이스’가 됐습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률은 2025년 99%까지 올라 더 이상 늘 곳이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출하량도 몇 년째 큰 폭의 성장은 보이지 않고, 교체 주기는 2~3년 이상으로 길어졌습니다. 그 결과 글로벌 빅테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음 먹거리”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1. 스마트폰 성장 한계, 숫자로 드러난 현실
삼성전자는 2025년 1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불확실성 확대로 스마트폰 시장 정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 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이미 대부분의 국민이 스마트폰을 가진 상황에서 새로 팔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여기에 기기 성능 상향 평준화로, 2~3년 된 모델도 일상용으로는 충분히 버텨 주다 보니 교체 속도도 계속 늦어지고 있습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성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굳이 바꿀 이유가 없어서” 교체를 미루는 시대가 된 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이제 스마트폰은 더 이상 고성장 산업이 아니라, 안정적인 교체 수요에 의존하는 성숙 시장에 가깝습니다.
2. 손 안의 화면에서 ‘눈앞의 화면’으로
성장이 멈춘 스마트폰 다음 전장은 어디일까요? 최근 매일경제 기사는 애플·삼성·메타·구글 등 빅테크의 경쟁축이 스마트폰에서 스마트글라스와 XR(확장현실)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손에 쥔 직사각형 화면 대신, 눈앞의 안경·헤드셋을 통해 정보를 띄우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차세대 플랫폼 후보로 떠오른 것입니다.
애플은 비전 프로와 후속 기기, 삼성과 구글은 안드로이드 기반 XR 생태계를 키우며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습니다. 메타 역시 오큘러스와 레이밴드 스마트글라스를 통해 일상 속 AR 경험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죠. 이들 모두가 “다음 스마트폰”이 되기 위한 실험을 시작한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이 기기들이 단순한 ‘신기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앞으로의 검색·소셜·쇼핑·업무 경험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라는 점입니다.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하드웨어보다 플랫폼과 생태계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3. 서비스·구독·생태계로 무게 이동
단말 판매만으로는 더 이상 예전만큼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빅테크는 이미 한참 전부터 “서비스와 구독”을 새 축으로 키워 왔습니다. 최근 애플에 대한 SWOT 분석 기사를 보면, 향후 주가와 실적을 좌우할 요인으로 아이폰 출하량뿐 아니라 서비스·콘텐츠 수익 비중 확대가 반복해서 언급됩니다.
아이폰을 매년 갈아치우지 않아도,
- iCloud 저장공간
- 애플 뮤직·애플 TV+
- 게임·피트니스 구독
같은 서비스 매출이 꾸준히 쌓이면, 애플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성장 둔화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습니다. 삼성 역시 갤럭시 기기를 기반으로 한 구독형 케어 서비스, 클라우드 게임, 금융·헬스케어 연계를 확대하고 있고요.
즉, 하드웨어는 더 이상 “완제품 판매”가 아니라, 장기 구독 고객을 붙잡기 위한 관문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4. 보이지 않는 전쟁터: 데이터센터와 메모리
스마트폰이 정체된 사이, 진짜 뜨거워진 시장은 데이터센터와 메모리입니다. 최근 국내 기사에 따르면 DDR4·DDR5 메모리 가격은 2025년 10월 들어 10~30% 이상 급등했고, 라즈베리파이 같은 보드도 메모리 가격 상승 때문에 제품 가격을 5~10달러 올렸습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엔비디아 등 데이터센터 기업이 고가를 감수하면서까지 LPDDR5X 물량을 선점하면서, 스마트폰용 메모리까지 ‘품귀’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말은 곧,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부품 원가 부담이 커지고, 공격적인 가격 인하나 사양 업그레이드에 쓰던 여력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조금 비싸도 접히는 폰, 큰 폼팩터” 같은 차별화에 힘을 싣고, 보급형 시장에서는 원가를 맞추기 위한 기능 조정이 더 잦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겉으로는 스마트폰 얘기 같지만, 실제로는 데이터센터·메모리·파운드리 경쟁이 뒤에서 방향을 좌우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5. 한국 사용자 입장에서 보이는 변화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교체 주기의 장기화입니다. 이미 많은 사용자가 2년 약정이 끝나도 당장 기기를 바꾸지 않고, 화면이 깨지거나 배터리가 심하게 닳을 때까지 버팁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새 폰을 사더라도 기존 단말은 되팔아 비용을 줄이는 패턴이 보편화됐습니다.dandi-quokka 님의 블로그
둘째, 새 제품 발표의 ‘충격’이 줄었다는 점입니다. 예전처럼 해상도·카메라·AP가 매년 체감될 정도로 뛰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플래그십과 1~2년 전 모델의 사용성 차이가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대신 접는 폰, 초망원 카메라, 위성 통신, 자동차·웨어러블 연동 같은 ‘특별한 기능’이 구매 이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셋째, 결국 생태계가 중요해진다는 점입니다. 아이폰을 쓰면서 맥·아이패드·애플워치를 함께 쓰거나, 갤럭시폰에 갤럭시북·워치·버즈를 물리는 식의 ‘패키지 선택’이 점점 더 늘어납니다. 스마트폰을 바꾸는 문제라기보다, 어느 회사의 생태계 안에 머무를지를 택하는 문제가 된 것이죠.
6.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우리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할까
정리해 보면, 스마트폰 성장 정체는 위기이면서 동시에 재편의 신호입니다.
- 하드웨어만으로 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워진 빅테크는
- XR·스마트글라스,
- 서비스·구독,
- 데이터센터·메모리 인프라
같은 영역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습니다.
한국 사용자 입장에서 이 변화는 “당장 내 폰을 내일 바꿀지 말지”의 문제를 넘어서, 어떤 플랫폼과 생태계 위에 내 일상과 데이터를 올려둘지 결정해야 하는 문제로 다가옵니다. 필자는 지금이야말로, 새 스마트폰 스펙표만 볼 게 아니라 그 회사가 준비하는 ‘다음 5년짜리 지도’를 함께 살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 성장의 시대가 저물고 난 뒤, 빅테크의 진짜 승부는 아마도 우리 눈앞과 손목, 자동차, 거실 TV, 그리고 보이지 않는 데이터센터 사이에서 조용히 진행될 것입니다. 그 변화를 한 발 앞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이자 창작자인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훨씬 더 많아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