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형태의 자유도’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폴더블·롤러블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접힘 횟수와 내구성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아주대학교 연구팀이 **“접어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 고강도 전자장치”**를 선보이며 기술 지형도를 흔들고 있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디스플레이 설계를 넘어, 2D·3D 형태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차세대 기기의 미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크다.
이번 성과는 E2News 보도를 통해 알려졌으며, 연구팀은 섬유 강화 오리가미 구조를 전자장치에 성공적으로 접목했다.
디스플레이가 ‘구조’를 만났을 때 벌어지는 일
일반적으로 전자장치는 얇고 평평한 기판 위에 부품을 올리는 구조를 취한다. 하지만 접거나 비틀면 기판과 전극에 응력이 집중돼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아주대 연구팀은 이 한계를 **‘오리가미 구조’**로 해결했다.
오리가미는 종이접기처럼 일정한 패턴을 접었다 펼칠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연구팀은 전도성 고분자(PEDOT:PSS) 기반 전극에 나일론 섬유를 강화재로 적용해, 전자장치가 반복적으로 접히는 과정에서도 전기적 특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했다.
실험에서는 2만 회 이상 접힘 테스트에서도 회로 단선이나 전도성 저하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기계적 강도 역시 기존 유연 전자소재 대비 월등한 수준을 보였다. 이는 폴더블폰에서 중요시되는 ‘주름(crease)’ 문제나 반복 접힘 내구성 문제를 기술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다.
평면을 입체로… 새로운 폼팩터 탄생 가능성
이번 연구의 또 다른 강점은 ‘형태 자유도’다. 연구팀은 오리가미 패턴을 통해 다음과 같은 구조 변환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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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셔(Flasher) : 접었을 때 크기가 25배 줄어드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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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슬링(Kresling) : 원통 형태로 변형 가능한 입체형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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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 접힘 구조 : 로봇 구동부나 입체 디스플레이 구현에 활용 가능
이러한 구조적 유연성은 단순히 화면을 접는 수준을 넘어, 전자장치 전체의 형태를 바꾸는 차세대 폼팩터를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시계처럼 손목에 둘러 있다가 펼치면 디스플레이가 되는 웨어러블, 혹은 휴대 시 극도로 작은 부피로 유지되다가 필요할 때는 크게 펼쳐지는 휴대용 디바이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산업계에 미칠 영향: ‘내구성’과 ‘형태’의 동시 해결
현재 상용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문제는 히지(Hinge) 영역의 주름, 내구성, 접힘 반복에 따른 소재 피로도다.
이번 연구가 의미 있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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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성 안정성 확보
접힘 반복에도 전극이 손상되지 않는다. -
기계적 강도 유지
나일론 섬유 강화 기법으로 기존 유연 전자소재 대비 내구성이 뛰어나다. -
형상 변환의 자유도
다양한 3D 구조로 변형할 수 있어 폼팩터 확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향후 적용 분야는 매우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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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폴더블·롤러블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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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센서 및 의료 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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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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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국방 분야의 초경량 전자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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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D 형태변환 구조 기반 디바이스
이 기술은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전자장치의 형태를 재정의하는 기술’**로 평가받을 잠재력이 충분하다.
기술 상용화까지의 현실적 과제도 존재
물론 당장 접히는 전자장치가 시장에 출시되는 것은 아니다.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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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공정에 적합한 대면적 제조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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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신뢰성 실험(습도·온도·외부 충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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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비용 최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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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 디스플레이용 발광소자/배터리/회로와의 통합 문제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기존 기업들이 고민했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기술적 가치가 높다.
국내 기술의 의미와 향후 전망
한국 기업들은 이미 폴더블 시장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기술 성숙도 측면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남아 있다.
이때 아주대 연구팀의 성과는 국내 기술 생태계 전반의 저변을 강화하는 연구 성과라 할 수 있다.
또한 국제 학술지 발표와 별개로, 국내 언론에서도 이 연구의 가치를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소스에서 다뤄질 만큼 기술적 파급력이 크며, 기업과 연구기관의 협업이 본격화되면 실사용 제품에 적용되는 시점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정리하며: ‘접힘’이 아닌 ‘변형’의 시대가 열린다
지금까지의 기술은 화면을 접는다(Fold)·말아 넣는다(Roll) 수준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전자장치 전체가 형태를 바꾼다(Transform)**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혁신뿐 아니라, 웨어러블·로보틱스·우주분야까지 연결되는 핵심 기반 기술이 될 수 있다.
어쩌면 머지않아 우리는, 주머니 속에서 작게 접힌 기기를 꺼내어 펼치면 대형 스크린이 되고, 손목에 말아 휘감는 웨어러블 형태로 변신하는 디바이스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될지 모른다.
이번 연구는 그 미래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중요한 전환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