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마트폰 속 풍경이 사뭇 달라졌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시간 트렌드를 확인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파랑새(혹은 알파벳 X)를 찾던 우리는, 이제 다른 아이콘을 누르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인수 이후 끊임없는 잡음 시달렸던 엑스(X, 구 트위터)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메타(Meta)의 스레드(Threads)는 초기의 ‘반짝 인기’라는 오명을 벗고 명실상부한 텍스트 기반 소셜미디어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단순히 플랫폼의 순위가 바뀐 것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가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방식, 그리고 정보를 소비하는 문화 자체가 변화했음을 의미합니다.
유료화의 역설, 엑스가 잃어버린 ‘공론장’의 가치
2026년 현재, 엑스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그 ‘광장’이 아닙니다. 과거 트위터 시절, 이곳은 기자가 속보를 전하고, 재난 상황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K-팝 팬들이 스타를 응원하던 가장 빠르고 민주적인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엑스는 ‘유료 구독자’만을 위한 확성기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무리한 유료화 정책과 알고리즘의 변질입니다. ‘X 프리미엄’ 구독자에게 노출 가산점을 주는 정책은 타임라인을 양질의 정보가 아닌, 자극적이고 편향된 주장으로 도배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소위 ‘사이버 렉카’로 불리는 이슈 유튜버나 선동 계정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엑스를 악용하면서, 일반 사용자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습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데이터 분석 기업 모바일인덱스의 지표를 살펴보면, 스레드의 국내 사용자는 1년 만에 3배 이상 폭증하며 엑스의 아성을 무너뜨렸습니다. 반면 엑스는 글로벌 사용량이 30% 가까이 감소하는 등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남아있는 사용자들조차 정보를 생산하기보다는, 과거의 관계를 끊지 못해 눈팅만 하는 ‘유령 유저’인 경우가 많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외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혐오 표현과 봇(Bot)이 난무하는 무법지대가 되면서 대중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이곳을 떠났습니다.
스레드, 인스타그램을 업고 ‘디지털 쉼터’가 되다
반면 스레드의 성장은 괄목할 만합니다. 출시 초기만 해도 “기능이 부족하다”, “인스타그램의 아류다”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메타는 이 약점을 강력한 무기로 바꿨습니다. 2026년의 스레드는 인스타그램의 감성과 엑스의 속보성을 절묘하게 결합한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스레드 부상의 일등 공신은 역설적으로 ‘피로감 없는 소통’입니다. 사진 한 장을 올려도 ‘인생 샷’을 건져야 한다는 인스타그램의 압박감, 그리고 정치적 논쟁과 혐오가 가득한 엑스의 공격성 사이에서 갈 곳 잃은 대중들은 스레드의 ‘가벼운 텍스트’에 안착했습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의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스레드는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DM처럼 지인 기반의 폐쇄적인 소통보다는 느슨하지만 안전한 연대를 지향합니다. 관심사 기반의 알고리즘은 혐오 표현을 강력하게 필터링하며, 사용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최근 도입된 실시간 트렌드 기능과 향상된 검색 기능은 엑스의 유일한 장점이었던 ‘속보성’마저 흡수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지진이 나면 엑스가 아니라 스레드를 켭니다.
2026년 대한민국 SNS 이용 행태의 변화: 파편화와 부족화
그렇다면 2026년, 한국인의 SNS 라이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가장 큰 특징은 ‘플랫폼의 파편화’입니다. 과거에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하나로 모든 소통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목적에 따라 철저하게 플랫폼을 분리해서 사용합니다.
첫째, 덕질의 이동입니다. K-팝 팬덤은 엑스의 가장 큰 지지 기반이었지만, 잦은 서버 불안정과 API 제한, 그리고 유료화 장벽으로 인해 위버스(Weverse)나 버블 같은 전용 플랫폼, 그리고 스레드로 대거 이동했습니다. 특히 스레드는 팬들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주접’을 떠는, 과거 트위터의 순기능만을 가져온 대체재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둘째, 정보 습득 채널의 변화입니다. 뉴스 링크를 클릭하는 대신, 스레드나 숏폼 플랫폼의 요약된 텍스트와 영상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이는 블로그나 언론사들에게도 새로운 과제를 던져줍니다. 긴 호흡의 글보다는 핵심을 찌르는 마이크로 블로깅이 더 큰 파급력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셋째, 브랜드 마케팅의 이동입니다. 기업들은 이제 리스크 관리가 되지 않는 엑스에서의 광고 집행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대신 구매 전환율이 높고 브랜드 안전성(Brand Safety)이 보장되는 스레드와 인스타그램 연계 마케팅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2026년 현재, 스레드 인플루언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만큼이나 강력한 구매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결론: 플랫폼은 변해도 ‘연결’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엑스의 쇠락과 스레드의 부상은 단순한 기업 간의 승패를 넘어, 사용자들이 소셜미디어에 무엇을 원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우리는 혐오보다는 공감을, 자극보다는 안정을, 그리고 통제보다는 자율적인 연결을 원합니다.
2026년의 SNS 지형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디에 있느냐’보다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블로거와 마케터라면, 엑스라는 좁은 우물에서 벗어나 스레드라는 넓은 바다로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동시에,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자신만의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디지털 세상의 권력 이동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앱을 켜고 계십니까? 그 선택이 바로 2026년의 트렌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