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보상까지 시작됐는데, 지금 이전론이 나오는게 현실적인가?”
요즘 뉴스 피드를 보면 용인 산단 이전 기사가 마치 ‘오늘의 운세’처럼 빠짐없이 등장한다.
어쨋튼, 요 며칠 사이 ‘용인 반도체(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이전론’이 강하게 탄력을 받고 있다. 발단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이전 고민’ 취지 발언이었고, 이후 전북권을 중심으로 새만금 유치/이전 요구와 서명운동까지 이어지면서 논쟁이 커졌다.
나는 이 이슈 대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전에 매우 부정적이다. 단순히 감정이 아니라, 지금까지 확인된 절차와 매몰비용,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이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놓고 보면 ‘현실적 카드’라기보다 ‘정치·지역 이슈로 소비될 위험’이 더 커 보이기 때문이다.
60초 팩트 체크: 지금 확인된 사실
- 장관 발언
- 김성환 장관은 방송에서 “전기 수요가 매우 크다(원전 15기·15GW 수준)”는 취지로, “전기가 많은 곳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 발언을 했다.
- 다만 이후 정부는 “발언 취지가 (이전 확정이 아니라) 지역별 전력수급 격차와 송전망 어려움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취지의 공식 설명을 공개했고, “현 시점에서 이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함께 제시됐다.
- 참고 링크: 정부가 공개한 설명 문서
- 사업 절차
- LH와 삼성전자는 12월 19일 산업시설용지(반도체) 분양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 토지·지장물 손실보상 협의가 12월 22일부터 시작됐고, 12월 26일 기준 보상 절차 진행률이 14.4%라는 보도도 확인된다.
- 참고 링크: 토지보상 14.4% 보도
- 서명운동
- 전북권에서는 “새만금으로 이전/유치”를 주장하는 쪽의 서명운동이 전주역 등에서 시작됐고, 10만 명 서명을 목표로 “다음 달 대통령에게 전달” 계획이 보도됐다.
- 참고 링크: 전주역 서명운동 보도
새만금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 전기의 문제, 그리고 프레임
이번 논쟁의 핵심은 “용인에 공장을 짓느냐/옮기느냐” 이전에, 전력과 송전망 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다. 전북권이 내세우는 논리는 대체로 ‘에너지 지산지소’(전기를 만든 지역에서 산업을 키우자)와 ‘재생에너지·RE100’ 프레임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묻고 싶다.
“전력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이미 확정·진행 중인 국가산단을 옮기자”는 주장은, 결이 다르다.
전력망을 보완하는 선택지(송전망 확충, 계통 투자, 발전원 다변화, 지역 상생 모델)는 ‘추진 방식’의 문제다. 반면 산단 이전은 ‘국가 전략 사업의 판 자체를 다시 짜는’ 문제다. 그리고 지금은 이미 보상 협의가 시작된 단계다.
이전이 현실화되면: 누가 무엇을 얻고, 잃나
나는 ‘이전’이 실제 선택지로 올라오는 순간, 이해관계자마다 득실이 너무 극단적으로 갈릴 거라고 본다.
1. 국가·산업(국가 전략 관점)
- 얻는 것(가능성)
- 송전망 갈등을 일부 완화하고, ‘전기-산업 동시 배치’라는 정책 방향성을 선명하게 만들 수 있다.
- 비수도권 대규모 투자라는 상징성을 크게 확보할 수 있다.
- 잃는 것(현실 리스크)
- 가장 치명적인 건 시간이다. 반도체는 속도가 생명인데, 이미 계약·보상·발주가 걸린 판을 흔들면 신뢰 비용이 커진다.
- 산업정책이 “정치·지역 이슈에 따라 뒤집힐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
2. 기업(삼성·협력사 관점)
- 얻는 것(가능성)
- 재생에너지 접근성이 좋아지고, 장기적으로 RE100 대응에 유리하다는 주장을 펼 수 있다.
- 잃는 것(현실 리스크)
- 이전비용은 단순한 ‘공장 이전비’가 아니다. 이미 진행 중인 용지 계약과 보상, 설계·조달·공정 일정이 한 번 어긋나면 글로벌 경쟁에서 잃는 기회비용이 훨씬 클 수 있다.
- 무엇보다 “이미 보상이 진행 중”이라는 팩트 뿐만이 아니라 현재까지 진행중이던 모든 절차비용은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크리티컬하다. 지금 단계에서 ‘이전’은 매몰비용을 크게 만들 수 있다.
3. 지역(용인) vs 지역(새만금)
- 용인(수도권 생태계)
- 잃는 것: 투자·일자리·인프라 확충의 기대가 흔들린다.
- 얻는 것: 송전망 갈등이 다른 형태로 조정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다만 이 역시 확정이 아니다).
- 새만금(전북권)
- 얻는 것: 국가급 프로젝트 유치 시 예산·일자리·산업생태계 확대가 기대된다.
- 잃는 것: 만약 추진이 삐끗하면 “또 무리한 국가 이벤트/프로젝트”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여기서 내가 특히 걸리는 지점이 있다. 새만금은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이후, 감사원 감사에서 “총체적 부실”이 지적되며 국가적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여론이 좋지 않은 그 장소를 또 선택하느냐”는 정서적 반감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본다.
누가 이 이슈를 ‘활용’하나: 내가 보는 가능 시나리오
이건 어디까지나 추정이다. 다만 ‘왜 지금’이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정치·지역 인센티브를 빼놓기 어렵다.
- 전북 지역 단체·정치권 입장에서는 “에너지 지산지소”라는 대의명분에 ‘초대형 투자’라는 실리를 붙일 수 있다. 서명운동은 여론을 가시화하는 가장 빠른 도구다.
- 반대로 용인 지역 정치권에서는 “국가 전략사업 흔들기” 프레임으로 결집이 쉽다. 실제로 ‘논란 종식’ 요구가 나오고 있다.
- 그리고 타이밍.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 이 국면에서 대형 국가사업은 종종 ‘지역의 미래’라는 이름으로 선거 의제화된다. 내가 걱정하는 건, 정책이 “승부수형 공약”으로 변질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내가 궁금한 건 여기다. 이전론을 강하게 외치는 단체/세력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협상’이 진행되는지다. 예를 들어
- 송전망 노선·보상·전원 믹스와 맞물린 “지렛대”로 쓰이는 건 아닌지
- 중앙정부 예산·규제 특례·산단 지정의 우선순위를 당기기 위한 압박은 아닌지
- 또는 선거를 앞두고 상징적 성과가 필요한 건 아닌지
나는 왜 지금 이 이슈가 커졌는지 이해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더더욱, 주장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근거와 계산서’를 공개적으로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본다.
결론: 이전은 ‘해법’이 아니라 ‘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력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해결책이 꼭 ‘산단 이전’일 필요는 없다. 특히 이미 용지 계약과 보상 절차가 굴러가기 시작한 시점이라면, 국가가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잃을 신뢰와 시간의 비용이 훨씬 커질 수 있다.
내 결론은 단순하다.
- 전력망·입지 전략은 다시 점검하되
- 이미 진행 중인 국가 전략 사업을 “이전”이라는 극단 카드로 흔드는 건 반대다
- 그리고 이 논쟁을 키우는 주체들이 무엇을 얻기 위해 이 이슈를 활용하는지, 더 투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