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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유튜브, 지워도 남는 디지털 증거의 시대

by ethgar
텔레그램에서 삭제된 비밀 대화와 유튜브에서 내려간 영상이 디지털 증거 보관소에 백업되는 모습을 표현한 사이버 포렌식 콘셉트 일러스트

메신저에서 대화를 지우고, 유튜브에서 영상을 삭제하면 정말 “증거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을까.
텔레그램의 자동 삭제 기능이나 유튜브의 영상 삭제는 이용자 입장에선 안심이지만, 수사·재판 단계에서는 점점 다른 의미를 갖게 되고 있다. 정부와 수사기관이 디지털 증거 보전을 위한 법·제도와 기술을 빠르게 정비하면서, 이제는 “지우는 것”보다 “어떻게 보전하느냐”가 더 중요한 화두가 됐다.

이 글에서는 텔레그램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디지털 증거 삭제를 막기 위한 국내 논의와 실제 수사 현장의 흐름을 정리해 본다.


텔레그램, ‘지워지는 메신저’에서 수사 협조 대상으로

텔레그램이 국내에서 악명이 높아진 이유는 익명성과 함께 강력한 삭제 기능 때문이다. 자동 삭제 타이머, 비밀 대화, 원격 로그아웃 기능 때문에 가해자가 마음만 먹으면 흔적을 쉽게 없앨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디지털 성범죄나 리딩방 사기, 마약 거래 등 각종 범죄가 텔레그램 채널과 방을 거점으로 삼아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다르다. 정부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을 위해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텔레그램과 핫라인을 구축해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삭제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역시 한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의 협의에서 딥페이크·마약·도박 등 불법 정보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방심위·경찰과의 추가 핫라인을 개설해 신속히 삭제·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즉, 텔레그램이 더 이상 “손도 못 대는 암시장”으로만 머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불법 콘텐츠를 지우기 위한 정부·플랫폼 간 협력 채널이 만들어졌고, 수사기관도 이 채널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거나 삭제 전 보전 요청을 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고 있다.

다만 문제는 속도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삭제해야 하지만, 수사·재판을 위해서는 최소한 한 번은 “증거로 남겨야” 한다. 이 두 목표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지금 논의되는 것이 바로 ‘증거 보전’ 제도다.


유튜브 영상도 흔적은 남는다

유튜브는 텔레그램과 달리 기본적으로 공개 플랫폼이다. 문제의 영상이 신고되면 플랫폼이 정책 위반으로 삭제하거나, 업로더가 스스로 삭제해 계정을 정리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사용자 화면에서 안 보인다고 해서 서버에서 바로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등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접속 로그·IP 정보 등을 일정 기간 보관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실제로 여러 서비스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보면 로그 기록과 접속지 정보 등을 3개월 이상 보존한다고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또 유럽평의회 사이버범죄협약은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요청을 받으면 특정 컴퓨터 데이터를 일정 기간 보전하도록 하는 ‘데이터 긴급 보전명령’ 제도를 담고 있다. 많은 글로벌 플랫폼이 이 기준을 참고해, 삭제된 영상이라도 일정 기간 서버에 보관하고 수사기관의 영장·공문이 들어오면 자료를 제공하는 구조를 운영한다.

즉, 유튜브에서 영상을 삭제했다고 해서 “영원히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심각한 범죄와 관련된 영상일수록, 플랫폼과 수사기관 사이에서 로그와 백업 데이터가 더 오래 보존될 가능성이 크다.


“증거 지우기 전에 잡아둔다” 긴급보전·보전명령 논의

국내에서도 디지털 증거 보전을 위한 법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소병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압수수색 영장이 나오기 전이라도 수사기관이 웹하드·클라우드·이메일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디지털 성범죄 피해영상물을 보전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긴급보전조치 제도를 담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예를 들어 텔레그램 채널이나 유튜브 계정에 성착취 영상이 올라온 경우 수사기관이 바로 플랫폼에 “해당 데이터는 삭제하지 말고 보전해 달라”고 명령할 수 있다. 이용자 화면에서는 빠르게 차단·삭제하되, 수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원본 데이터와 로그는 서버에 봉인해 두는 방식이다.

검찰과 경찰도 디지털 범죄 수사에서 증거 훼손을 막기 위한 ‘보전명령 제도’ 도입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방향은 하나다. “지금 확보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지는” 디지털 증거의 특성 때문에, 삭제와 동시에 보전이 가능하도록 법적 레일을 깔겠다는 것이다.


수사 현장에서 증거 삭제를 막는 기술들

현장 수사에서는 이미 “증거 삭제 방지”가 기본 절차로 자리잡았다. 디지털 포렌식 실무를 정리한 자료를 보면,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를 압수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비행기 모드 전환과 전원 차단이다. 원격으로 텔레그램 계정을 삭제하거나, 클라우드 동기화를 통해 데이터를 지우는 시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후에는 원본 기기가 아니라 복제본(이미지 파일)을 만들어 그 사본에서만 모든 분석 작업을 진행한다. 그래야 “포렌식 과정에서 오히려 데이터가 훼손됐다”는 공격을 막을 수 있고, 재판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쉽다.

텔레그램처럼 원격 삭제 기능이 있는 서비스라도, 이미 압수된 휴대전화 내부에는 당시까지 동기화된 데이터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실제 실무에서는 “핸드폰을 확보하는 순간, 통신부터 끊어라”가 기본 중의 기본으로 통한다.

이러한 기술·절차는 유튜브 같은 플랫폼 증거를 다룰 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수사기관이 화면 녹화나 스크린샷으로 1차 증거를 확보한 뒤, 동시에 플랫폼 측에 서버 로그·원본 영상을 별도로 보전해 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피해자와 일반 이용자가 할 수 있는 증거 보전

피해자 입장에서는 “당장 지워 달라”는 마음이 가장 크다. 하지만 완전히 지워 버리면, 가해자를 형사처벌하거나 손해배상을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현실적인 전략은 “증거를 남겨 놓은 상태에서,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차단·삭제를 요청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발표한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방안을 보면, 경찰은 2024년 1~10월 사이 딥페이크 관련 사건 964건을 접수해 506명을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방심위, 경찰이 협업해 삭제 지원과 수사, 피해자 상담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일반 이용자나 피해자가 실천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문제 되는 텔레그램 채팅이나 유튜브 영상의
    • 화면 캡처,
    • URL,
    • 업로더 계정 정보,
    • 업로드 시각(대략이라도)을 확보해 둔다.
  2. 경찰·검찰에 고소·신고를 할 때 “플랫폼 측에 증거 보전 요청을 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한다.
  3. 디지털 성범죄라면, 여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등 전문 기관을 통해 삭제 지원과 법률 지원을 동시에 받는다.
  4. 개인적으로 가해자의 기기나 계정을 해킹·탈취해 증거를 가져오는 행동은 오히려 범죄가 될 수 있으니, 반드시 합법적인 경로(수사기관·법원)로만 움직인다.

지운다고 끝이 아니다, 그래서 더 투명해야 한다

결국 텔레그램과 유튜브를 둘러싼 최신 흐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삭제는 빨라지지만, 증거는 더 오래 남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나 온라인 스토킹, 사기처럼 사회적 폐해가 큰 범죄에서는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텔레그램과 유튜브 같은 플랫폼은 더 이상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그 자체가 범죄 도구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결정적인 증거 창고가 되기도 한다.

앞으로 증거 보전 명령, 긴급보전조치 같은 제도가 실제로 도입되면, 텔레그램과 유튜브는 단순히 “지워주는 플랫폼”이 아니라 “증거를 책임 있게 관리하는 인프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지우면 끝”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언제든 내 행동이 디지털 증거로 남을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온라인 공간을 사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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