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변화의 속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배터리 산업의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보여준 움직임은 단순한 연구 개발 단계를 넘어 상업화를 향한 실제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발화 가능성을 낮출 뿐 아니라 에너지 밀도와 충전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2.0 시대’를 여는 열쇠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이 기술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도 분명히 빨라지고 있다. 연구소 중심의 실험을 넘어, 실제 차량 적용을 위한 검증 단계로 이동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완성차사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상업화 일정에서 선두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I·BMW·Solid Power, 실사용 검증 단계로
최근 삼성SDI가 BMW와 손잡고 미국 Solid Power와 함께 전고체 배터리 실사용 검증(Validation)에 돌입했다는 소식은 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단순히 셀 단위 테스트가 아니라 실제 주행 환경에 가까운 조건에서 안정성과 성능을 검증한다는 의미에서 전고체 배터리 상업화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한국타임스 영문판
이 프로젝트는 전극-전해질 계면 안정성, 고출력 환경에서의 전도 특성, 충전 사이클 반복 안정성 등을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업계에서는 “실사용 검증에 들어갔다는 것은 기술 성숙도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BMW는 2028년 이후 일부 프리미엄 라인업에서 전고체 배터리 적용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으며, 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기술 경쟁 속도를 한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SK On의 공격적 투자와 2029년 상업화 목표
반면에 SK On은 대전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완공하며 상업화를 위한 자체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이 기업이 제시한 상용화 목표 시점인 2029년은 글로벌 경쟁사 대비 모두 빠른 일정이다. 더코리아헤럴드
SK On은 황화물계 고체전해질과 고전압 양극 소재 조합을 개선해 더 빠른 충전 속도와 긴 수명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파일럿 라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 수율을 개선해 대량생산에 필요한 제조 프로세스를 정교하게 다듬는 단계에 돌입했다. 이는 기술 성숙도뿐 아니라 시장 진입 속도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 강점과 넘어야 할 관문
에너지 밀도·안전성·충전 효율의 동시 개선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발화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동시에 셀 구성에서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어 에너지 밀도가 상승한다. 삼성SDI는 최근 공식 발표에서 고체전해질 기반 셀을 통해 기존 대비 한층 높은 에너지 효율과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 뉴스룸
남은 과제 세 가지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상업적 과제도 존재한다.
- 공정 안정성 및 수율 확보
고체전해질 제조 공정이 복잡해 대량 생산 시 편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 계면 안정성 문제
전극과 고체전해질 간 접촉 저항을 줄여 전도성을 높여야 한다. - 원가 경쟁력 확보
현재는 소재비와 공정비가 높아 완성차 적용 시 가격 부담이 크다는 점이 한계다.
이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결국 전고체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
한국 기업의 우위와 앞으로의 체크포인트
국내 기업들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압도적인 대량생산 역량을 쌓아왔기 때문에 전고체 배터리로의 전환에서도 구조적 강점을 갖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사들과의 협력 이력, 안정적인 공급망 운영 경험, 고전압 양극 소재 기술력 등은 한국 배터리 산업의 강점으로 꼽힌다.
향후 2~3년 동안 주목해야 할 핵심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 2027~2030년 상업화 시점을 누가 먼저 현실화할 것인가
- BMW·현대차·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와의 협력이 실제 차량 탑재로 이어질 것인가
- 미국·일본·중국과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 경쟁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전고체 배터리는 이미 ‘미래 기술’이 아닌 ‘임박한 기술’로 변화하고 있다. 지금 국내 기업들이 축적하고 있는 검증 데이터와 제조 기술이 향후 5년의 산업 지형을 좌우할 것이며, 한국 배터리 업계는 이 경쟁에서 분명한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