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하는데, 왜 기억나지 않을까?
‘프로 기록러’를 자처하며 에버노트부터 노션(Notion)까지, 좋다는 생산성 도구는 모두 섭렵했습니다. 특히 지난 1년간 제 모든 업무와 일상은 노션에 있었습니다. 화려한 템플릿, 깔끔한 데이터베이스, 협업의 편리함까지. 노션은 분명 훌륭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쌓일수록 묘한 답답함이 찾아왔습니다. 앱을 켤 때마다 돌아가는 로딩 바, 인터넷이 끊기면 먹통이 되는 화면, 그리고 무엇보다 ‘정보는 많은데 정작 필요할 때 내 생각과 연결되지 않는 단절감’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지난달, 과감하게 ‘제2의 두뇌’라 불리는 ‘옵시디언(Obsidian)’으로 메인 메모 앱을 완전히 옮겼습니다. 이 글은 단순한 툴 사용 후기가 아닙니다. 왜 우리가 ‘보여주기식 기록’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기록’으로 넘어가야 하는지, 그 실무적 이유와 경험을 가감 없이 공유합니다.
노션(Notion)은 ‘창고’였고, 옵시디언(Obsidian)은 ‘공장’이다
많은 분이 “둘 중 뭐가 더 좋아요?”라고 묻지만, 질문이 틀렸습니다. “당신은 기록을 ‘보관’하고 싶습니까, 아니면 ‘생산’하고 싶습니까?”라고 물어야 합니다. 제가 이사를 결심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1. 속도와 오프라인 지원: 생각의 속도를 따라잡다
노션은 클라우드 기반입니다. 내 글을 쓰기 위해 서버와 통신해야 합니다. 페이지 하나 여는 데 2~3초가 걸리는 그 짧은 순간, 번뜩이던 아이디어는 휘발됩니다. 반면 옵시디언은 내 컴퓨터에 있는 텍스트 파일(.md)을 엽니다. 인터넷 연결? 필요 없습니다. 클릭하는 순간 0.1초 만에 열립니다. 이 미세한 차이가 쌓여 ‘기록의 습관’을 만듭니다.
2. 소유권의 문제: 내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노션 서버가 터지면 오늘 업무는 끝이다.”
실제로 겪어본 공포입니다. 내 소중한 지식 자산이 남의 서버에 인질로 잡혀 있는 셈입니다. 옵시디언은 모든 데이터가 내 하드디스크에 저장됩니다. 서비스 회사가 망해도, 인터넷이 전 세계에서 끊겨도 내 글은 영원히 내 컴퓨터에 남습니다. 보안과 영속성을 중요시한다면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3. 정리 방식의 혁명: 폴더에서 링크로
노션은 폴더 정리가 핵심입니다. 상위 폴더, 하위 폴더… 전형적인 서류철 방식입니다. 분류하기엔 좋지만, 아이디어를 섞기엔 최악입니다. 옵시디언은 ‘양방향 링크’가 핵심입니다. A라는 글을 쓰다가 [[ ]] 괄호만 치면 B라는 글과 연결됩니다. 이렇게 연결된 지식들이 모여 거대한 ‘지식 그래프’를 형성합니다. 이는 우리 뇌의 시냅스 구조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참고] 옵시디언은 별도의 설치 없이도 텍스트 파일만 있으면 언제든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마크다운(Markdown)’ 형식을 사용합니다.
한눈에 보는 비교표 (나에게 맞는 툴 찾기)
글을 읽을 시간이 부족한 실무자들을 위해 핵심 차이를 정리했습니다. 자신의 업무 스타일이 어디에 가까운지 체크해 보십시오.
| 특징 | 노션 (Notion) | 옵시디언 (Obsidian) |
| 핵심 철학 | 올인원 워크스페이스 (협업/공유) | 제2의 두뇌 (개인 지식 관리) |
| 저장 위치 | 클라우드 (서버 의존) | 로컬 (내 PC/폰 저장) |
| 속도 | 데이터 많을수록 느려짐 | 압도적으로 빠름 (오프라인 가능) |
| 강점 | 예쁜 디자인, 데이터베이스, 웹 게시 | 지식 연결(링크), 커스터마이징 |
| 추천 대상 | 팀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일정 관리 | 연구자, 개발자, 작가, 깊은 사고가 필요한 분 |
막상 옮기려니 두렵다면?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진입 장벽은 옵시디언이 훨씬 높습니다. 노션은 가입하자마자 예쁜 템플릿을 떠먹여 주지만, 옵시디언은 처음에 텅 빈 메모장만 덩그러니 줍니다. 마치 인테리어 다 된 아파트에서 살다가, 내가 직접 벽돌을 쌓아야 하는 주택으로 이사 온 기분일 겁니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완벽한 시스템을 처음부터 구축하려 하지 마십시오.
- 가볍게 시작하십시오: 처음엔 그냥 메모장처럼 쓰십시오. 태그나 폴더도 필요 없습니다.
- 연결에 집중하십시오: 글을 쓰다가 관련 있는 옛날 글이 생각나면 링크(
[[ ]])만 거십시오. - 마이그레이션 도구 활용: 노션 데이터를 일일이 옮길 필요 없습니다. 옵시디언의 ‘Importer’ 플러그인을 쓰면 노션의 페이지들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물론 약간의 정리 정돈은 필요합니다.)
솔직히 옵시디언을 처음 켰을 때는 당황했습니다. 화면이 너무 휑하고 못생겼거든요. 예쁜 노션 쓰다가 넘어오니 적응하는 데 꼬박 3일은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 고비만 넘기니 신세계가 열리더군요.
결론: 도구가 생각을 바꿉니다
저는 여전히 팀 프로젝트나 클라이언트 공유 문서는 ‘노션’을 씁니다. 협업 도구로서 노션은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만의 생각 정리, 공부 내용, 블로그 글 초안, 그리고 깊은 사색이 필요한 작업은 모두 ‘옵시디언’으로 옮겼습니다.
사실 제가 소개한 내용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검색해 보면 수많은 사용자가 검증한 놀라운 기능들이 쏟아져 나오겠지만, 모든 기능을 다 알아야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보여주기 위한 정리’에 지쳐 에너지를 낭비하고 계신다면, 부담 없이 설치해서 딱 3일만 써보시길 권합니다. 뇌가 가벼워지는 경험을 통해, 제가 왜 이토록 옵시디언을 추천했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옵시디언은 유료인가요?
A. 아닙니다. 개인 사용자는 100% 무료입니다. 상업적 용도(회사 업무 등)로 쓸 때만 라이선스 비용이 발생하며, 기기 간 동기화(Sync) 기능을 편하게 쓰려면 월 결제가 필요하지만, 아이클라우드나 구글 드라이브 같은 무료 클라우드로도 충분히 동기화할 수 있습니다.
Q2. 코딩을 모르면 쓰기 어렵나요?
A.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개발자 도구처럼 생겨서 겁을 먹기 쉽지만, 본질은 단순한 메모장입니다. #으로 제목 쓰고, -로 목록 만드는 법(마크다운)만 알면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복잡한 기능은 나중에 필요할 때 추가하면 됩니다.
Q3. 모바일 앱도 쓸 만한가요?
A. 네,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 강력한 앱을 지원합니다. PC에서 작성한 글을 모바일에서 바로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PC 버전의 강력한 플러그인을 모바일에서 모두 쓰기엔 무거울 수 있으므로, 모바일은 뷰어(Viewer)나 간단한 메모 용도로 쓰는 것을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