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자니 아깝고, 쓰자니 속 터지는 그 노트북
집 구석 어딘가에 먼지 쌓인 노트북 하나쯤 있으실 겁니다. 켜는 데만 1분, 크롬 창 하나 띄우면 비행기 이륙하는 팬 소음, 그리고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윈도우 업데이트 중…”
저에게도 2015년에 산 구형 노트북이 그랬습니다. 중고로 팔자니 헐값이고, 그냥 두자니 짐이었습니다. ‘그냥 버릴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한 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무겁디무거운 윈도우를 지우고, 가볍다는 리눅스(우분투)를 깔면 쓸 만해지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노트북은 지금 제 ‘메인 서브 머신’이 되었습니다. 오늘 이 글은 컴맹도 할 수 있는 ‘노트북 심폐소생술’ 경험담입니다.
왜 하필 ‘우분투’였나? (개발자도 아닌데)
리눅스라고 하면 왠지 검은 화면에 초록색 글씨가 흐르는 해커들의 전유물 같았습니다. 하지만 검색해 보니 ‘우분투(Ubuntu)’는 달랐습니다.
- 가장 대중적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리눅스라, 모르는 게 있으면 구글에 치면 다 나옵니다.
- 공짜다: 윈도우 정품 인증? 그런 거 필요 없습니다. 평생 무료입니다.
- 예쁘다: 설치하고 첫 화면을 보는데, 맥북(macOS)과 묘하게 닮은 감성이 있습니다. 윈도우의 투박함과는 다릅니다.
무엇보다 “저사양 컴퓨터에서도 쌩쌩 돌아간다”는 간증 글들이 저를 움직였습니다.
설치 후 일주일, 피부로 느낀 변화 3가지
설치 과정은 생략합니다. (유튜브 보고 따라 하니 20분 만에 끝났습니다. 윈도우 설치보다 쉽더군요.) 중요한 건 ‘실제로 써보니 어땠냐’겠죠.
1. 부팅 속도: 커피 탈 시간이 없다
윈도우 10 시절엔 전원 버튼 누르고 커피 물 올리고 와도 로딩 중이었습니다. 우분투 24.04 LTS를 설치한 지금? 전원 누르고 의자 당겨 앉으면 로그인 화면입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태블릿 PC 켜는 속도입니다. 운영체제 하나 바꿨을 뿐인데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한 기분이 듭니다.
2. 소음과 발열이 사라졌다
가장 놀라운 점입니다. 윈도우는 백그라운드에서 뭘 그렇게 혼자 열심히 하는지, 아무것도 안 해도 팬이 ‘위잉~’ 돌았습니다. 우분투는 정말 조용합니다. 시스템 리소스(CPU, 램)를 적게 먹으니 노트북이 열 받을 일이 줄어든 겁니다. 카페에서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어? 카톡도 되고 크롬도 되네?”
리눅스로 넘어가면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았습니다. 착각이었습니다.
- 웹 서핑: 크롬(Chrome), 웨일(Whale) 똑같이 설치됩니다. 동기화도 완벽합니다.
- 문서 작업: 구글 독스, 노션(Notion), 옵시디언(obsidian) 쓰면 됩니다.
- 메신저: 카카오톡? 리눅스용 버전이 없지만, ‘Wine’이라는 걸로 돌리거나 그냥 쿨하게 휴대폰으로 합니다. (오히려 업무 집중도가 올라가더군요.)
물론,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솔직 후기)
좋은 점만 쓰면 거짓말이겠죠. 윈도우의 품을 떠나서 겪은 현실적인 불편함도 있습니다.
- 관공서/은행 사이트: 한국의 액티브X나 보안 프로그램 떡칠된 사이트는 포기해야 합니다. (이건 그냥 휴대폰 앱으로 해결했습니다.)
- 한글(HWP) 파일: 뷰어는 있지만, 편집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공무원이나 행정 업무가 주력이라면 비추천합니다.
- MS 오피스: 엑셀 매크로 같은 고급 기능은 리브레오피스(LibreOffice)로 대체하기 힘듭니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대체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은행 업무와 HWP 편집을 제외한 모든 작업”은 우분투가 훨씬 쾌적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제 경험상, 아래 조건에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지금 당장 우분투 설치 USB를 만드세요.
- 5년 이상 된 구형 노트북을 버리기 직전인 분.
- 노트북 용도가 ‘웹 서핑, 유튜브, 블로그 글쓰기, 넷플릭스’가 전부인 분.
- 개발자는 아니지만, 나만의 생산성 환경을 꾸며보고 싶은 호기심 많은 분.
- 윈도우의 강제 업데이트와 바이러스 걱정에서 해방되고 싶은 분.
결론 : 기계는 죄가 없다, OS가 무거웠을 뿐
우분투를 설치하고 느낀 건, 제 노트북이 느린 게 아니라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윈도우라는 짐이 너무 무거웠다는 사실입니다. 짐을 내려놓으니 10년 된 기계도 날아다닙니다.
혹시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노트북이 있나요? 이번 주말, 그 친구에게 ‘우분투’라는 새 생명을 불어넣어 보세요. 돈 한 푼 안 들이고 새 노트북을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코딩(터미널)을 모르면 못 쓰나요?
A. 전혀 아닙니다. 저도 검은 화면(터미널) 공포증이 있는데, 우분투에는 ‘앱 스토어’ 같은 소프트웨어 센터가 있어서 클릭만으로 앱을 깔고 지울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용 용도라면 키보드 칠 일은 글 쓸 때밖에 없습니다.
Q2. 쓰다가 맘에 안 들면 윈도우로 돌아갈 수 있나요?
A. 네, 당연합니다. 언제든 포맷하고 윈도우를 다시 깔면 됩니다. 심지어 설치할 때 ‘듀얼 부팅’을 선택하면, 켤 때마다 윈도우와 우분투 중 뭘로 켤지 고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분투만 쓰게 될 겁니다.)
Q3. 한글 입력은 잘 되나요?
A. 설치 직후엔 영어만 나오지만, 설정에서 ‘한글 입력기’를 추가하면 윈도우처럼 ‘한/영’ 키로 편하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설정법은 구글에 “우분투 24.04 한글 설정”이라고 치면 1분 만에 해결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