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는 언제나 첨단 기술의 향연입니다. 하지만 이번 CES 2026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가장 오래 붙잡은 것은 거대한 디스플레이나 자율주행차가 아닌, 손바닥만 한 플라스틱 블록이었습니다. 바로 레고가 선보인 새로운 기술적 도약, 스마트 브릭 이야기입니다.
디지털 기기의 홍수 속에서 자녀를 키우는 대한민국 학부모님들, 그리고 퇴근 후 소소한 조립으로 힐링하는 키덜트족에게 이번 발표는 단순한 신제품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이라는 장벽을 허물고, 물리적인 블록 자체에 생명을 불어넣었기 때문입니다.
화면 없는 소통, 앱 연동이 필요 없는 ‘브릭넷’ 기술
지난 수년간 스마트 토이 시장의 딜레마는 명확했습니다. 장난감을 똑똑하게 만들려면 스마트폰 앱이 필요했고,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장난감보다 화면을 더 많이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레고는 이번 레고 스마트 브릭을 통해 이 공식을 과감히 깨뜨렸습니다.
핵심은 연결의 부재에 있습니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앱 설정이나 인터넷 연결, 심지어 외부 기기와의 페어링조차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브릭넷(BrickNet)이라 불리는 독자적인 로컬 무선 통신 레이어를 사용합니다. 이는 블루투스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사용자가 복잡한 메뉴를 조작할 필요 없이 블록들이 서로 직접 대화하게 만듭니다.
한국의 교육 현실을 비추어볼 때 이는 매우 반가운 소식입니다. 2025년부터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면서 많은 부모님이 디지털 교구에 관심을 갖지만, 동시에 과도한 스크린 노출을 걱정합니다. 브릭넷 기술은 화면 없이도 블록 간의 거리와 방향을 인지하는 이웃 위치 측정 기술을 통해, 아이들이 물리적인 상호작용만으로 논리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4.1mm 칩셋에 담긴 아날로그 감성
겉모습만 보면 우리가 수십 년간 봐왔던 2×4 규격의 빨간색 레고 벽돌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내부에는 레고 스터드(단추)보다 작은 4.1mm 크기의 ASIC 칩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이 칩은 플레이 엔진을 구동하며,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통해 블록의 움직임과 기울기를 정밀하게 감지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이 구현되는 방식입니다. 비행기 모형을 손에 쥐고 공중에서 급선회하면, 내장된 스피커가 그 움직임에 맞춰 실시간으로 변하는 엔진 소음을 들려줍니다. 단순히 녹음된 소리를 반복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브 플레이 액션에 연동된 오디오를 생성한다는 점이 기술적 차별점입니다. 이는 사용자의 행동이 즉각적인 피드백으로 돌아오는 몰입감을 주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여기에 스마트 태그라는 새로운 개념이 더해졌습니다. 2×2 타일 형태의 이 태그는 NFC와 유사한 근거리 자기장 통신을 통해 스마트 브릭에 정체성을 부여합니다. 브릭에 특정 태그를 꽂으면 “나는 이제 엑스윙이야”라고 인식하고 그에 맞는 소리와 빛 패턴을 내보냅니다. 복잡한 코딩 없이도 물리적인 결합만으로 기능을 정의할 수 있다는 점은 직관성을 중시하는 최근 사용자 경험(UX)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스타워즈 팬덤과 프리미엄 키덜트 시장 공략
레고는 이 야심 찬 기술의 첫 무대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선택했습니다.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스타워즈 IP와 신기술의 결합은 실패하기 어려운 조합입니다. 오는 3월 1일 출시 예정인 라인업은 총 3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접근성이 좋은 다스베이더의 타이 파이터 세트는 70달러(국내 예상가 9만 원 후반)로 책정되었습니다. 473개의 부품과 함께 스마트 브릭 1개, 스마트 태그 1개가 포함되어 있어 입문용으로 적합합니다. 중급 모델인 루크의 레드 파이브 엑스윙은 100달러(국내 예상가 14만 원대)이며, 5개의 스마트 태그를 활용해 날개를 펴고 접는 S-foil 가동 기믹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가장 눈여겨볼 제품은 왕좌의 방 결투 & A-윙 세트입니다. 160달러(국내 예상가 22만 원대)라는 높은 가격이지만, 두 개의 스마트 브릭이 포함되어 있어 브릭 간의 상호작용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플래그십 모델입니다.
이러한 가격 정책은 한국 시장에서 골드 키즈(Gold Kids) 트렌드와 키덜트 문화의 확산과 맞물려 흥미로운 반응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입니다. 저출산 기조 속에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VIB(Very Important Baby)족, 그리고 구매력을 갖춘 성인 팬들에게 이 정도의 가격 상승은 기술적 가치를 고려할 때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또한 무선 충전 패드를 지원하며 수년간 성능이 유지되도록 설계되어 관리의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결론
CES 2026에서 공개된 레고 스마트 브릭은 기술을 과시하기보다 기술을 숨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복잡한 앱 연동이나 인터넷 연결 없이, 오직 블록을 조립하고 만지는 행위만으로 최첨단 상호작용을 경험하게 만든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는 디지털 피로감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아날로그적 감성과 디지털의 편리함을 동시에 제공하는 피지털(Physical+Digital) 놀이의 모범 답안이 될 것입니다. 다가오는 3월, 이 작은 블록들이 레고를 즐기는 모습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기대해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집에 있는 일반 레고 블록과 섞어서 쓸 수 있나요?
A1. 네, 가능합니다. 스마트 브릭은 표준 2×4 규격을, 스마트 태그는 2×2 규격을 따르기 때문에 기존에 보유하신 모든 레고 부품과 완벽하게 호환됩니다.
Q2. 배터리 충전은 어떻게 하며 수명은 긴 편인가요?
A2. 스마트 브릭은 내장 배터리를 사용하며, 전용 무선 충전 패드를 통해 여러 개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습니다. 레고 측 설명에 따르면 비활동 상태에서는 수년 동안 성능이 유지될 정도로 효율이 좋습니다.
Q3. 언제부터 구매할 수 있나요?
A3. 글로벌 기준으로 1월 9일부터 사전 예약이 시작되며, 정식 출시는 2026년 3월 1일입니다. 한국 역시 비슷한 시기에 온·오프라인 공식 스토어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